[지상 포럼] 코로나와의 공존 시대, ‘어떻게’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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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0시부터 우리 사회는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 체제에 들어선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40개월여 만이다. 확진자에게 의무적으로 적용했던 ‘7일 격리’ 조치가 해제되고, 위기경보 수준이 하향조정된다. 병원급 의료기관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장소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는 등 대부분의 방역 규제가 풀린다.
바야흐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공존 시대다. 그렇다면 새로운 환경 변화에 교회와 성도 그리고 선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국 5개 합회 안교선교부장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동중한합회 유창종 목사
-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는 팬데믹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불안과 염려에 휩싸였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종교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바이러스 공포와 불안감으로 종교에 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신천지 사건이나 일부 개신교회의 비이성적 행동으로 인한 실망으로 관심이 줄어든 게 현실이기도 하다.
18세기 리스본 대지진 이후 유럽 사회에서 종교가 몰락한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준다. 사회적 재난에 대해 종교가 의미를 부여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올바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한국 교회는 코로나 사태로 유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교회는 어떤 상황에서도 공공성을 견지해야 한다. 사회에 대한 공적 책임 의식을 가져야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회 스스로 공동체일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공동체화함으로써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공교회성을 통해 교회 생태계 안의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슬기롭게 감당할 때, 비로소 한국 교회는 팬데믹으로 닥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본질적 사명을 감당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 서중한합회 정영규 목사
- ‘또다시 팬데믹이 도래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얼마든지 올 수 있다는 입장에는 동의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감염병 대유행이 바꿔놓은 뉴노멀 세상에서 선교사명을 효율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의 발전, 점점 더 빈번해지고 강력해지는 천재지변, 기후문제로 인한 식량 위기, 글로벌 공급망체계가 붕괴하면서 재편되는 새로운 경제 질서, 빚 위에 세워진 금융위기와 개인 파산(특별히 MZ세대), 국내 정치의 진영 간 극한 대립, 민족과 국가 간의 전쟁 등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분명한 현실이다.
이제 공교회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가 ‘한 교회’라는 세계교회 의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경쟁과 비교의식이 스며들었고, 이를 이용해 교회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개교회주의에 빠져들었다. ‘자기 교회만 잘하면 되지!’라는 의식은 소형 교회마저 고립된 형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거의 모든 지표는 침체에서 하락으로 접어든 지 오래다. 우리는 팬데믹을 지나면서 개교회의 역량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서중한합회만 해도 50명 이하 교회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다. 100명 이하로 하면 87%에 달한다. 만약 우리가 조직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수많은 작은 교회는 이미 문을 닫고 말았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 다변화된 세상에서 선교적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목회자와 목회자, 교인과 교인, 교회와 교회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선지자는 <사도행적> 96페이지에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과 연합하고, 교회는 교회와 연합하고, 인간 도구는 하나님과 협력하고, 모든 대리자는 성령께 복종하여 모두 하나님의 은혜의 복된 기별을 세상에 전파하는 일에 연합해야 한다’며 성령이 충만한 교회의 모습을 강조했다. 늦은비를 받아야 사명을 마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때가 멀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서로 협력하는 교회의 모습을 갖춰야 할 때이다.
■ 영남합회 김동섭 목사
- 앞으로 교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코로나 임팩트 이후 교회는 정상화될 수 있을까? 과연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사역이 가능할까? 물론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전처럼은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는 과거와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절대 이전으로 돌아가려 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 메아리친다.
바로 여기에 신앙과 역사적 안목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인정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위기도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자리하며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뜻이 있음을 우리는 고백할 수 있다. 실제로 그랬다. 하나님은 언제나 위기를 통해 역사를 이끌어 오셨고, 시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분의 일을 추구해 오셨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오늘의 위기는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와 같다. 미래로의 여행을 알리는 신호가 시작된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는 디모데전서 2장4절 말씀을 토대로 시대를 분별한다면 선교에는 분명 기회만 있을 뿐 위기는 없다는 사실을 확실할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교회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초기화(reset) 버튼을 누르고, 담을 헐어 세상과 함께 하는 체질을 변화시키는데 집중하길 바란다.
■ 충청합회 김요섭 목사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휩쓴 지 벌써 4년째 접어들고 있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사회적 생태계와 기술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넘어 삶의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회 시스템, 문화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 이전의 방법을 고집하고, 교회들이 선교와 활동을 재개하려는 방향으로 간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와 공존과 상생에 적합한 교회의 선교적 사명과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살 길과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호남합회 김재신 목사
- 돌이켜보면 코로나 사태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선교와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대면 모임이 중단됐다. 많은 교회가 예배, 성경 공부 및 기타 활동을 포함한 대면 모임을 갖지 못했다. 이는 평균 출석생 감소와 새 신자 전도의 제한으로 이어졌다.
특히 교회 조직의 약한 부분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안식일학교 활동반 혹은 소그룹 사역이 멈추거나 통합됐고, 교과 공부 역시 방송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하지만, 신앙적 각성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임박성을 생각하게 하고, 신앙적 열심을 일깨우는 발판이 된 점은 긍정적이다.
이제 엔데믹 시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새로운 기술을 수용해야 한다. 많은 지역에서 대면 모임이 중단됨에 따라 교회들은 화상회의시스템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기술을 사용해 지역사회와 연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성도들과 소통하고 세상에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숙련돼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소그룹 조직과 훈련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예배가 중단되더라도, 성도를 돌보고 선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파트너십 개발도 요구된다. 지구 혹은 지역 단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교회 간의 파트너십을 가동해 서로의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협력 전도 및 제자훈련 프로그램 개발 등 상호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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